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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미안할수록 열심히 사셔야 해요" - 이순남 자원봉사자
일시 : 2011.01.21 장소 : 간이식병동
대상 : 간이식환자들

간이식 환자 두명을 다독이고 있는 자원봉사자 이순남씨.

 

“내가 쓰러지면 나를 위해 희생한 사람에게 너무 미안하잖아요. 그러니 더욱 힘 내셔야죠.”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간이식병동을 돌며 환자들을 다독이는 자원봉사자 이순남씨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왕비’로 통한다.

2007년부터 간이식환자들에게 멘토(조언) 봉사를 해온 그녀는 이식을 준비하거나 수술을 받고 힘들어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을 만나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녀 역시 간경화 말기로 사경을 헤매다 2005년 금쪽같은 딸에게서 간을 부분이식 받아 새 삶을 살게 되었기에 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수술 직후 한동안은 딸아이를 아프게 하면서 내가 살았다는 미안한 마음에 괴로워했었죠.” 자신이 살기 위해 딸의 몸에 상처를 준 것 같아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딸아이까지 힘들게 해서 겨우 살았는데, 약해져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는 기쁨보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자원봉사를 결심했어요.”

그래서 그녀는 동병상련의 처지인 간이식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며, 그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처음 만나는 환자 중에는 병원에서 얼마씩 받고 이 일을 하냐고 묻는 이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경계하던 눈빛은 사라지고 이내 마음을 열더군요. 자신도 저처럼 건강하게 새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면서요.”

현재 그녀는 우리 병원 간이식인과 가족들의 모임인 ‘새생명회(http://cafe.daum.net/ltnewlife)’에서도 활동 중이다. 간이식을 준비하고 있거나 수술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따뜻한 벗이 되고 있다. 회원 누구든 그녀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녀의 수첩에는 그날그날 통화한 회원들의 이름과 상태, 상담 내용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밤이건 낮이건, 지방이건 외국이건 회원들은 궁금한 점이 있거나 고민이 있으면 간이식 선배인 ‘왕비’님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고, ‘왕비’님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잊지 않고 챙긴다.

새해 소망을 묻는 질문에 “서울아산병원을 인연으로 맺어진 이식환자들이 서로 의지하며, 두려움과 미안함에 고통스러워할 또 다른 이식인들을 보듬을 수 있는 공간이 병원 내에 만들어 졌으면 합니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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